올해 2월에 제주도 성산에서 있었던 고갱/고흐 전시전에 다녀왔었는데 고갱/고흐전은 지금은 전시가 종료되었고 지금은 다른 작가의 전시를 하고 있다.
빛의 벙커
프랑스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www.bunkerdelumieres.com:443
빛의 벙커:고흐/고갱전은 네덜란드의 유명 화가인 스스로 자기 귀를 자른 고흐와 파리에서 태어난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 의 주인공 고갱의 작품을 신비로운 영상으로 재구성하고 여기에 웅장하고 장엄한 사운드를 더해서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게 아니라 그 그림을 그렸을 당시의 두 작가의 마음까지 전달되는 공연이었다.
![](https://blog.kakaocdn.net/dn/cK4ziM/btq36RGjsfe/mIryONLuS2a7x4pL0kQnVk/img.jpg)
중학교 때 '달과 6펜스' 라는 책을 읽고 예술과 물질적인 부에 대한 고민 같은 걸 잠깐 한 적이 있었는데 세상을 살아보니 예술이라는 단어는 음악, 미술 이런 장르를 표현하는 단어가 아니라 음악, 미술 같은 장르를 하는데 돈이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경우를 보통 '예술하고 있네~' 라는 표현으로 더 많이 쓰인다는 걸 배우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예술이라는 단어가 나에게는 그렇게 좋은 느낌으로 오는 단어는 아니다. 예술가들은 정말로 뛰어난 재능으로 너무 앞서서 배고픈 삶을 사는걸까, 아니면 재능은 없는데 예술가라는 허울 좋은 표현을 들으면서 허세를 부리는걸까... 정말로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이 바로 이 예술 분야인 것 같다.
비단, 이런 예술이라는 표현이 음악, 미술에서만 쓰이는 건 아니다. 게임 분야에서도 주구장창 3년, 5년, 10년 동안 게임을 만드는데 출시가 안되고 있는 플젝을 향해 종종 조소섞인 목소리로 '또, 예술하고 있구만~' 이런 표현을 얼마나 많이 썼던가! 작품을 내놔서 돈이 잘 되면 '쟤는 상업적이야~' 이런 얘기를 쉽게 듣고 돈이 안되면 '작품은 괜찮았는데 운때가 안맞았어..' 이런 얘기를 쉽게 듣는 영역이 바로 예술이지 않을까...
![](https://blog.kakaocdn.net/dn/d6dhYq/btq4buiSTdg/pCse7XqQIedzQJhBr7tM00/img.jpg)
이 공연을 보면서 다시 고흐의 삶과 고갱의 삶을 뒤져봤는데 역시 둘의 그림만큼 라이프도 정반대로 다르다. 고흐는 정신병을 앓고 있었고 그림에 대한 집착이 강했으나 고갱만큼도 팔리지 않았다. 자기 기대가 컸던 만큼 좌절도 컸을 것, 그림도 점점 무거워져간다. 전시회에서도 고흐의 그림체가 달라지는 걸 볼 수 있다. 고갱은 고흐보다 그림이 팔린다. 정신적으로도 좀 더 한량에 가까웠던 것 같다. 타히티에서 그린 수많은 여자 그림들, 그저 여체가 아름다워서 그렸을까?
![](https://blog.kakaocdn.net/dn/b0i9EB/btq38mzamOR/aZx2uvEkCAuZFaT5HwLUck/img.png)
둘은 친구로 지내다가 멀어진다. 지금 현대에서도 친구와 동업을 하면 안된다고 한다. 결국 사업하다보면 싸우고 사업도 안되고 친구마저 잃게 된다는 건데, 그 당시에 둘이 비슷한 걸 겪는다. 그림으로 동업을 했다가 의견 차이로 싸운 것. 아마도 누구는 '그림 사업이 잘 될거야, 그림을 그려야 해' 라고 했을거고 누구는 '그건 아니야, 그림 유통업으로 가야해.' 그랬을 것이다. 여튼 그 일 이후로 둘은 헤어지고 고갱은 타히티로 가고 고흐는 계속 외골수처럼 그림을 그리면서 이후로 오랜동안 만나지 않게 된다. 자동차도 있고 대중교통도 잘 된 현대 시대에도 바로 옆 집에 사는 친구를 오랜만에 보게 되는데 싸우고 고갱은 아예 외딴 섬으로 이주하니 오죽 그랬을까? 그렇게 둘은 소원하게 지내다가 고흐가 고갱보다 15년 정도 일찍 사망하는데 그래도 그 소식을 듣고 고갱이 무척이나 슬퍼했다고 한다.
고흐나 고갱, 둘다 생전에는 자기 그림이 팔리기를 기대했고 그렇게 돈을 벌고 싶어했다고 한다. 그들은 생애동안 원치 않는 예술을 했던 셈인데 재능과 노력은 넘쳤지만 때를 잘못 만났던 걸까? 예술하기 위해 예술한 것이 아니라 어찌보면 상업적인 예술을 하고 싶어했던 둘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생전에 인정 받지 못하고 사후에서야 그들의 화풍이 빛을 발하면서 인정받게 되고 그들의 그림은 지금 매우 비싼 그림으로 거래가 된다.
![](https://blog.kakaocdn.net/dn/mJcKs/btq39jI7FEp/V0IqITfjEpi0QKCzVmVIy0/img.png)
예술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 사후에서야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그들이 다른 세상에서나마 힘들었던 인생을 보상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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