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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JEJU

11월의 한라산 영실 코스 (1)

by 차르스 2021. 6. 8.

판교에서 제주로 내려가기 전에도 가끔 등산을 하기는 했었다. 건강과 다이어트 둘 다 잡겠다는 명목으로 운중동 집 근처에 있던 노스페이스 매장에 가서 굳이 고어텍스 바람막이도 사고 굳이 fill 800 짜리 오리털로 채워져 있는 가볍지만 두툼한 점퍼도 샀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추어 중에 아마추어 등산가였던 나에게는 오버 스펙이었다고 생각한다. 단, 노스페이스 오리털 잠바는 당시에 꽤나 비싸게 샀었는데 지금도 겨울에 그만한 옷이 없는 것 보면 역시 물건은 비싸더라도 좋은 거 사는게 남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여튼, 얘기가 잠시 샜는데 어느 해 11월에 한라산 영실 코스를 올랐었다.

 

영실 코스는 한라산 백록담을 볼 수 있는 코스는 아니고 백록담을 보려면 성판악 코스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영실 코스의 간략한 정보는 아래와 같다.

  • 탐방로 등급 (난이도 - A: 어려움, B:보통, C:쉬움)
    • 영실휴게소 -C- 영실계곡 -A- 병풍바위정상 -C- 윗세오름대피소 -C- 남벽분기점
  • 대 피 소 : 윗세오름 대피소(유인)
  • 매     점 : 영실 휴게소 ( 식수, 주먹밥, 국밥, 비빔밥, 떡국, 아이젠 등 등산용품 구입 가능 )
  • 화 장 실 : 영실관리사무소, 영실휴게소, 윗세오름대피소
  • 교     통 :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중문방면(1100도로) 시외버스 240번 이용(50분)
    영실매표소에서 내려 45분쯤 걸으면 영실 등산로 입구가 있다.
  • 대중교통 240번 버스운영 시간 -> 제주버스정보시스템 http://bus.jeju.go.kr/ 을 통해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 기타 문의 :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064)713-9950~1 / 영실지소 064)747-9950

 

영실 코스는 한라산을 오르는 코스 중에 비교적 쉬운 코스라고 하지만 막상 오르면 만만치 않은 구간이 있으니 방심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겨울에 오를때는 아이젠이 필수고 오를 때는 열기가 나서 추운지 모르지만 하산할 때는 땀이 식으면서 열을 뺏어가기도 하기 때문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가서는 절대 안된다. 늦가을에 히트텍 내의 + 후리스 + 바람막이를 입고 갔다가 하산하면서 영화에서나 볼 법한 저체온증 공포감이 잠깐 밀려와서 후딱 내려오고 안도했던 경험이 있다. 

주차장이 있다. 다만, 정상 부근까지 올라가면 돌아서 다른 곳으로 하산하고 싶은 마음이 드니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도를 둘러보는 계획을 갖고 버스를 타고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실 코스 탐방소를 지나 코스 초반에는 집 근처에 있는 보통 숲길을 걷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 점점 계단이 나오고 1차 허들이 시작된다.

11월에도 코스 초입 부분은 이렇게 단풍도 아직 있고 따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 멀리 보이는 봉오리 같은 건 병풍바위같다.
구름이 낀 날이었지만 멀리 제주 시내를 구름 높이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

병풍바위에서는 바람과 구름이 뒤엉켜서 먼저 하산하고 있었다. 소리를 들으면 바람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1차 허들은 계단이다. 위를 보면 계단이 하염 없이 위로 솟아있고 끝이 안 보일 정도기 때문에 위를 보지 말고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거나 이어폰 음악을 들으며 바로 다음 계단 정도만 보며 즐긴다는 생각으로 오르는 걸 추천한다. 그러다보면 중간중간 쉼터가 나오고 또 그러다 보면 편평한 구간이 나오기 시작하고 꿀맛인 육개장 사발면을 파는 휴게소를 만날 수 있다.

이즘와서 뒤돌아 본다. 어느덧 이만큼이나 왔네? 라고 생각하면 다시 힘이 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꽃이 많아진다.
코스 중간까지 오르면 이렇게 계단줄도 얼어 있으니 장갑도 꼭 챙겨오자.
'으악, 엄청 높자나?!' 위를 올려다보면 이런 생각이 드니 앞만 보며 전진.
어느덧 가파른 계단 코스가 끝나고 윗세오름 휴게소로 가는 편평한 길이 나왔다. 갑자기 넓은 눈꽃 평원이 펼쳐진다.
높은 한라산 위에 이렇게 넓은 억새밭(?)이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다.
계단 코스가 끝나면 이렇게 편평한 산책하는 느낌의 길이 나오고 걷다보면 육개장 사발면이 있는 윗세오름 휴게소로 바로 이어진다.

 

험난한 계단 코스를 오르고 병풍 바위에서 바람 이빠이 맞았지만 이 또한 견디고 올라오면 천국같이 평온한 고원 평야 같은 길이 이어진다. 인생과도 같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인생은 너무 무리하면 병나니 나이먹어서는 무리하면 안되겠단 생각도 든다. 역시 젊음이 좋은거다... 또 얘기가 새는구나...

바로 여기!
정말 꿀맛! ㅋ

그렇게도 바람이 강했었는데 신기하게도 휴게소 부근은 구름도 걷히고 바람도 없고 심지어 따뜻하기까지 했다. 휴게소까지 올라오면 백록담 봉오리를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다만, 아쉽게도 여기까지 올라왔지만 영실 코스에서는 백록담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 초입부에 얘기한대로 백록담을 보려면 성판악으로 가야한다. 

백록담. 이렇게 가까이 보인다.

 우린 여기서 백록담 둘레길같은 남벽 분기점까지 더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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