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즈음이 되면 뒷마당의 밤을 밝혀주는 친구들이 생겼다. 경기도 연천에 있는 군대 훈련소 야간 행군 때 반딧불이 를 실물로 처음 영접하고 그 후로는 본 적이 없었는데 제주에 살다보니 거실에 앉아서 보고 있다.
예전에는 개똥벌레라고도 불리울만큼 흔하게 볼 수 있던 곤충이었는데 (=개똥만큼 자주 보인다.) 지금은 산업화가 되면서 반딧불이가 살만한 환경 조건이 안되서 보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꼭 청정지역이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반딧불이 유충의 먹이가 되는 민달팽이, 다슬기와 성충이 알을 낳을 수 있는 물 혹은 이끼가 있어야 하는데 산업화를 하면서 농지를 갈아엎어 콘크리트로 채워서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워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실제로 경기도 판교 운중동 등지에서도 출몰한다고 한다.
반딧불이의 빛은 짝짓기를 위한 '사랑의 불빛' 혹은 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통신 수단으로도 쓰인다고 한다. 모스부호처럼 빛의 밝기를 '띠띠 띠 띠' 이런 건데 역시나 짝짓기를 할 때 더 힘껏 발광을 한다고 한다. 本能.. 여튼, 빛으로 대화하는 간지나는 곤충인데 그래서 눈이 몸에 비해 크게 발달해있고 보름달처럼 그들만의 신호에 지장을 주는 환경에서는 신호 교란으로 쉽게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밤도 밝은 도시에서는 더 안 보이고 밤에 불빛 없는 시골 환경에서는 자주 보이는 그런 곤충.
우리나라에는 3종의 반딧불이가 서식하고 있는데 종마다 출몰 시기가 다르다고 한다.
- 운문산 반딧불이 : 5월 하순 ~ 7월 하순
- 애반딧불이 : 6월 초 ~ 7월 중순
- 늦반딧불이 : 8월 중순 ~ 9월 중순

애월에 있는 집 뒷마당에서 보이는 종은 매년 추석즈음에 나오니 늦반딧불이임이 분명해 보이는데 다른 종과 다르게 일몰 후 출현하기 시작해서 1시간 정도 강하게 빛을 낸 후에 자취를 감춘다고 한다. 왜 이러는지 아직 생태적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녀석들은 다른 반딧불이와 다르게 빛과 함께 성페로몬을 사용해서 대화를 한다고 한다. 옹?
반딧불이는 날으는 속도가 매우 느려서 손으로 잡기 쉽지만 몸에 취선이 있어서 손으로 잡으면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고 한다. 6~8개월을 애벌레와 번데기로 지내다가 성충이 되면 10여일 정도 짧은 수명으로 우아하게 이슬만 먹고 살다 간다고 하니 보이면 빛 감상만 하고 잡으려고 하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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