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동 주민은 냥이들에게 관대하다. 돌아다녀보면 집 앞에 냥이들을 위한 밥그릇과 물그릇이 놓여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냥이들이 동네를 자유롭게 활보하며 놀러다니고 배가 고파지면 이집 저집에 있는 밥으로 끼니를 떼울 거라 생각했는데 오래 관찰해보니 냥이들간에도 소위 나와바리라는 게 존재하는 것 같다. 판교 열병합 발전소 근처 공원과 이어지는 육교 앞에는 늘 퉁퉁한 검은 고양이가 앉아 있는데 이 냥이는 와이프가 우쭈쭈~ 하면서 끌고 오면 어느 정도 따라오다가 꼭 특정 블록에서 멈춘다.
지금 살고 있는 집 근처가 나와바리인 냥이도 있는데 이름은 아리. 옆집 초딩 꼬맹이가 붙여준 이름이다. 이 꼬맹이덕에 아리는 이 집에서 호의호식을 하고 있었는데 아리도 나름 냥이식으로 보은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쥐를 물어다 놓는 건데 옆집 아저씨가 이를 극혐으로 여겨 최근에는 대우가 예전같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리가 요새 좀 방황을 하는 것 같던데 동물애호가인 와이프가 이를 불쌍히 여겨 며칠 전 아리가 문앞에 앉아 있던 날 나의 반대를 무릎쓰고 황태포 한 조각을 주었다. 황태포가 입맛에 맞았던걸까, 그 후로 아리는 우리 집 문앞에서 유독 애처로운 눈으로 앉아 있을 때가 많다. 이러다 쥐를 먼저 갖다 두고 딜 들어오는 거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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