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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차 끌고 배타고 제주 가기

by 차르스 2021. 7. 29.

제주집 세입자가 이사 나가서 슬슬 제주 이주 준비를 시작하고 있는데 이사 가기 전에 어느덧 준공한지 10년된 제주집 보수도 하고 종종 오갈 것을 대비해서 차를 한대 제주집에 두기로 했다. 차를 제주에 가져가려면 판교 기준으로는 완도나 목포에서 배를 타는 게 합리적이었는데 완도의 블루나래호가 가장 빠르게 제주에 도착하는 배였다. 완도에서 제주까지 약 1시간 20분 소요가 된다고 홈페이지에 나와 있었는데 배가 작아서 그런지 차량 예약을 하기가 어려워서 무려 한달 전에 예약을 해야 했었다.

블루나래호 : 한일고속 홈피에서 발췌-

 

드디어, 한달이 지나 배 예약 날짜가 다가와서 제주집에서 쓸 집기들을 바리바리 싸서 와이프 차에 실고 판교에서 완도로 출발!

미니는 뒷 좌석을 접으면 짐차로도 손색이 없다. ^0^

가는 길은 날씨 좋고 교통 체증도 별로 없이 슝슝~

 

전라도에 들어오니 도로 옆으로 넓은 들판들이 자주 보인다. 더워지는 여름이라 그런지 이상하게 토네이도가 생길 것 같은 평원이 눈에 들어왔다.

구름과 평원 사이에서 미묘한 수증기 밀당이 오고가는 느낌을 받았다.

 

5시간 정도를 쌩쌩~ 달려서 드디어 완도항에 도착. 와 날씨 좋다! 우리가 예약한 배는 다음 날 오전에 출발하는 배였는데 밤운전을 하고 오면 가뜩이나 저질 체력이라 다음 날 너무 힘들 것 같아 터미널 근처에 숙소를 하나 잡았다. 숙소는 파크힐 컴포트 호텔을 잡았는데 터미널과 매우 가깝고 깔끔했다.

숙소에서 찍은 완도 여객 터미널 전경

숙소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간단히 먹었는데 완도 터미널 근처는 먹을 곳이 마땅치 않음을 느꼈다. 모가 없다. 우리는 완도로 여행을 온 건 아니니 괜춘!

 

드디어 배를 타는 날이 되었는데.. 헐.. 장마 구름이 예상보다 일찍 올라와서 기상 악화로 당일 배가 모두 취소되었다. 다음 날 배는 실버클라우드호 오후 4시만 가능. 제주 집에 도착해서 할 일도 있을테고 시간이 좀 애매했다. 

하루만에 비바람이 몰아치는 완도 터미널이 되었다.

고민 끝에 목포 를 알아봤는데 오전9시에 출발하는 퀸메리호가 있었다. 상담 직원이 친절하게도 완도 배는 작아서 비가 조금만 와도 결항되지만 목포 배들은 스케일이 다르니 걱정하지 말라고...응? 경쟁인건가.. 우리는 확실히 제주도에 갈 이른 배가 필요했으므로 목포에서 배타기로 결정! 그래서 완도에서 목포로...ㅜ.ㅠ

뭔놈의 비가 이리 오는지...

2시간 정도 운전했을까 드디어 목포에 도착. 목포에 도착해서 위안이 되었던 것 중 하나가 제법 시내여서 밥집이 많았던 것. 완도에서는 먹을데도 별로 없고 밥집도 잘못 골라서 허기 진 상태였는데 예향정이라는 식당을 발견. 판교에서 출발한 이후 처음으로 식사 다운 식사를 했다. 식당에 들어가면 작은 전기 밥솥들이 각자 밥을 짓고 있었는데 이렇게해서 갓 지어진 밥을 먹을 수 있다.

이틀만 밥을 제대로 못먹어도 허기지는구나. 목포 예향정은 이런 허기짐을 200% 채워줬다.

점심을 예향정에서 먹고 숙소 체크인까지 시간이 나서 시내를 돌아봤는데 손님 대기줄이 많은 해촌이라는 식당을 발견.

목포에 해촌. 대기줄이 제일 긴 곳이었는데 가보진 않았는데 맛집처럼 보였다. 다음에 목포 갈일 있으면 들러볼 예정!

숙소에 체크인하고 빈둥빈둥대다 보니 또 배꼽시계 발동. 숙소 건너가 시내라서 다시 시내에서 어디로 갈 지 찾아보던 중에 고깃집에 들어갔는데 여기도 왠열, 고기냄새가 옷에 밸까 걱정했었는데 주방에서 고기가 구워져서 나와서 상대적으로 냄새가 덜했고 가성비 역시 대박! 목포에서 배 탈만한데?!

목포 임대장. 2~3인 세트로 36,000원! 맛과 구성이 훌륭하다!

잠시 포스팅 길이 샌 것 같은데 배를 타려면 배도 채워야 하니깐!

 

드디어 다음 날이 밝고 예정대로 문제 없이 배 운항. 차량은 운전자만 안내받은 곳으로 가면 가이드해주시는 아저씨들이 안내해주고 다른 동행자는 여객터미널에 가서 티켓팅을 하면 된다. 배타고 제주 가는 게 처음이라 차량 선적으로 와이프와 떨어지면 길치 와이프가 알아서 잘 찾아올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하라는데로 하니 별 문제 없었다. ㅎ 목포에서 퀸메리호는 제주까지 약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드디어 궂은 날씨를 뚫고 배를 탄다. 목포 퀸 메리호!
다도해 남해의 섬들이 지나쳐간다.
배멀미를 걱정했으나 되려 배고팠다. 배에서 모듬소세지와 맥주 한잔!

드디어 제주 터미널에 도착!

베에서 맥주도 한잔하고 딩가딩가하다보니 4시간 30분이 후딱 지나갔다. 장맛비가 내리는 상황에도 생각보다 배 진동도 크지 않았는데 배멀미가 심하다면 빠르지만 작은 배보다는 규모가 큰 배를 타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배에서 차를 타니 도착이 실감이 난다.

이렇게 해서 장마 덕분에 무려 2박 3일이 된 판교-제주 차타고 배타고 오기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배타고 제주 가는 건 첫 경험이어서 재미도 있었지만 비오는 날 변경된 일정을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고 고되기도 했던 것 같다.

 

수도권에서 배를 타고 제주를 간다면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1. 날씨가 걱정되지 않고 빨리 가고 싶다. -> 완도 블루나래 (1시간 20분)

2. 날씨가 걱정되지 않는데 배멀미가 걱정되고 그래도 좀 빠르게 가고 싶다 -> 완도 실버클라우드 (2시간 30분)

3. 날씨에 갑작스런 결항을 보고 싶지 않고 든든하게 가고 싶다 -> 목포 퀸 메리호 (4시간 30분)

고된 여정 다음 날 애월집의 느낌이 한결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이상 배타고 제주가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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