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어떤 집을 지을까 고민을 하고 우리의 생각을 컨셉으로 정리해서 여러 건축사에 보낼 pdf 파일을 하나 만들었다. 우리 부부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제주로 왜 이주를 하려고 하고 왜 건축을 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건축을 위해 매입한 토지의 위치와 전경 사진, 우리가 지었으면 하는 건축물의 러프한 외관과 내관 참고 사진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조금이나마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이 pdf 를 그동안 관심있게 봐 왔던 건축사들에게 메일로 건축의뢰서를 발송했다. 지금이야 이미 지난 일이니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먼저 건축을 해 본 지인들로부터 대체로 뭐가 안 맞으면 건축사들로부터 연락이 아예 안오거나 건축사가 '갑' 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나름의 긴장감을 갖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관심 최우선 순위 사무실들로부터 회신이 꼬박꼬박 오기 시작했다. 어느 건축사는 듣던대로 퉁명스럽게 '우린 이런 거 안해요~' 하는 곳도 있었고 '어느 건축사는 너무 좋아요, 뵙고 싶어요~' 라는 곳도 있었다. 건축물마다 각각 스타일이 다르듯이 건축사들마다도 각각의 스타일을 갖고 있었다.
우리는 통화를 해보고 이 중에 한 업체와 설계 계약을 맺었다. 예산이 좀 더 필요하다는 곳과 예산 안에서 다 할 수 있다는 곳 반반이었는데 예산을 좀 더 쓰더라도 이미 명성이 자자한 곳과 계약을 맺는 것이 안정적이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는데 디자이너인 와이프의 '감'과 청수리 건축에 대해 느껴지는 적극성도 판단 기준이 되었던 것 같다. 지금에서 드는 생각이지만 어느 건축사를 선택하던 장단이 있을 것 같고 모든 걸 다 취할 수 없기에 아쉬움은 늘 생기기 마련일 것 같다.
그렇게 함께 할 건축사를 정하고 실질적인 건축 미팅의 첫 라운드를 시작했는데 여기서부터 건축사가 알아서 해 줄거라고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고 최종 결정과 방향은 건축주가 고민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걸 깨달아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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