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흔적과 중지의 매력, 캐슬렉스 제주에서 라운딩

2026. 3. 5. 15:53GOLF

캐슬렉스 제주cc 는 1995년에 문을 열었으니 벌써 30년 가까운 세월을 품은 곳이다. 그래서인지 클럽하우스 외관이나 락카룸 등 전반적인 시설에서 느껴지는 연식은 숨길 수 없다. 요새 생겨나는 화려하고 모던한 골프장들과 비교하면 투박한 느낌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올드한 정감이 있는 분위기를 나쁘지 않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곳은 정규 18홀 외에도 핸드카트를 직접 끌고 나가는 퍼블릭 9홀이 함께 운영되고 있어 가볍게 연습 라운딩을 즐기기에도 적합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첫 홀 티박스 옆 카트 도로에는 이 녀석이 널부러져 있었다.

 

낯설지만 반가운 중지의 질감

이번 캐슬렉스 란딩은 거의 7~8년 만의 방문이라 코스 레이아웃은 머릿속에서 희미해진 상태였다. 티박스에 올라서니 요즘은 제주에서도 흔해지긴 했지만, 2~3년 전만 해도 제주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중지의 누런 필드가 눈에 들어왔다. 양잔디의 초록빛과는 또 다른, 이 시기 중지 특유의 색감과 질감을 밟으며 걷는 기분은 꽤나 묘하면서도 정겨웠다.

 

만만치 않았던 그린 플레이

라운딩 전에는 페어웨이 난이도가 아주 높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무난한 스코어를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 승부처는 그린 위에 있었다. 생각보다 그린 스피드가 빨랐고, 무엇보다 핀 위치가 '악랄'했다.

  • 경사 한가운데 꽂힌 핀: 평평한 곳이 아니라 경사면 한복판에 홀컵이 있어 퍼팅의 섬세함이 요구되었다.
  • 모서리 공략의 어려움: 그린의 구석진 모서리에 핀을 배치해 두어 어프로치부터 퍼팅까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린 플레이에서 꽤 고전하며 진땀을 뺐던 기억이 난다.

 

 

다이 디자인(Dye Design)이 심어놓은 보이지 않는 함정

이번에 다시 라운딩을 하며 느낀 점은 코스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세계적인 코스 설계 팀인 **'다이 디자인(Dye Designs)'**의 작품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프로일지라도 요행의 파(Par)를 허용하지 않는다"라는 그들의 설계 철학이 코스 곳곳에 녹아있다.

  • 전략적인 링크스 스타일: 제주 특유의 구릉지와 오름의 언듈레이션을 그대로 살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티잉 그라운드에서 보면 쉬워 보이지만 교묘하게 배치된 해저드와 벙커가 골퍼를 압박한다.
  • 악랄한 그린 세팅: 다이 디자인의 특징 중 하나가 그린 주변의 난이도인데, 이번 라운딩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린 스피드 자체가 빠른 데다 홀컵을 그린 경사 한복판이나 아주 구석진 모서리에 배치해 두어 퍼팅에서 진땀을 빼게 만들었다. 정교한 어프로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스코어를 지키기 매우 까다로운 구조다

 

결국 아쉬움이 남는 스코어카드

전반까지는 나쁘지 않은 흐름이었으나, 역시 골프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페어웨이가 크게 어렵지 않다고 방심한 탓일까. 후반 들어 샷이 흔들리며 무려 세 번의 OB(Out of Bounds)를 기록했다. 멘탈을 다잡으려 노력했지만 한꺼번에 잃어버린 타수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최종 스코어는 94타... 결국 실력이겠지만 한가지 팁을 찾자면 '티샷할 때 좌측은 OB 이고 우측도 OB 에요~' 이런 캐디의 말에 무심해지도록 노력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구력이 얼마인데 아직도 이러는지... ㅜ.ㅠ

 

OB 3방이 모두 3오버로 이어졌다. ㅜ.ㅠ

 

 

 

제주에 살면서 정말 오랜만에 정규홀에서 란딩한 캐슬렉스 제주cc... 연식은 오래 되었지만 코스에서는 연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봄이 오면 조선 잔디도 푸릇푸릇해질테니 란딩에 전혀 부족함 없는 구장이라 할 수 있겠다.

중지가 겨울에 누런색이 별로일 수는 있지만 또 보다보면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